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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헌 주교님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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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서한 베트남 신자들과 함께한 성탄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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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국 댓글 0건 조회 2,534회 작성일 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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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신자들과 함께한 성탄미사

 


저는 해마다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주교좌성당에서 드리고, 다음날 낮 미사는 우리 교구 내 사회복지시설에 가서 봉헌합니다. 이번에는 베트남 신자 공동체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있던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내며 그들에 대해 왠지 모를 마음의 빚이 있었고, 그동안 우리 교구 신부들의 숙소에서 지내 온 반 도안 신부가 베트남으로 돌아간다기에 그를 위해서도 베트남 공동체 신자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반 도안 신부는 한국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베트남에 가서 서품을 받았는데, 다시 한국에 돌아와 사회복지를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2월이면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처음에는 한국에 노동자로 와서 지내다가 사제 성소를 얻고 사제가 된 특별한 경우입니다. 그러기에 베트남 노동자들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그들도 신부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2020년 6월 어느 성당에서 견진 미사를 드리고 난 후, 본당 가까운 지역에 사는 베트남 신자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베트남 신자 대표들은 한국에서 일하며 힘들게 지낸 이야기와 특히 코로나19로 겪는 생활고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말미에 저는 그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을 주면 좋겠는가 했더니 쌀을 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생각나 이번 성탄 미사에 오는 신자들을 위해서 쌀 선물을 준비하였습니다.


베트남 미사는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날씨에도 대부분의 여성 신자들은 갖가지 색의 아오자이를 입고 왔습니다. 모두가 예수님의 성탄을 기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일본에서 교포 사목을 할 때, 해마다 동경교구가 마련한 외국인 노동자 미사에서도 느꼈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도 베트남 미사 전례는 감동적입니다. 아프리카나 필리핀 전례는 신나고 활기찬 데 비해, 베트남 전례는 경건함과 심금을 울리는 분위기입니다. 미사 전체가 찬미가를 부르고 성경을 낭송하는 듯하여 감미로운 감동을 전해줍니다.

말씀 전례 때 봉독되는 독서들은 베트남 특유의 6성조가 주는 다양한 높낮이로 시편을 듣는 듯하였습니다. 강론에서 저는 예수님 탄생이 있던 베들레헴의 전경과, 가난한 주변인이던 목자들이 구세주의 탄생을 처음 보게 된 사실이 갖는 메시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에게 가난하고 힘들고 고통스럽게 산다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나누어지고 그분과 함께 걸어가는 일이라는 말했습니다. 한국말을 잘하는 통역 덕분인지 모두 열심히 들었습니다.


최근 강화된 거리두기 지침 때문에 미사 후 신자들이 기대했던 간식 나눔 자리는 갖지 못했습니다. 대신 소수의 베트남 신자 대표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대표로 참석한 남녀 신자들은 자신들의 어려움뿐 아니라 다른 이주민 노동자들이 겪는 고충도 털어놓았습니다.

신앙 고민도 이야기하였습니다. 어느 신자는 십자가를 지고 산다는 것의 의미는 잘 알고 있지만, 현재 자신이 지고 가는 십자가가 너무 무거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었습니다. 또 다른 신자는 한국에서 살면서 제일 힘든 것이 외로움이라며 고향 떠난 이들이 깊이 느끼는 고립감과 공허함을 고백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성탄이 누구에게나 기쁨과 위로가 되었겠지만, 특히 베트남 신자들처럼 고향을 떠나와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더 큰 은총의 축일이기를 바라며, 그날 밤 경당에 마련된 구유 앞에서 그분들을 위해 조배를 하였습니다.

 

이기헌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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