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헤더

주보콘텐츠

주보콘텐츠

음악이야기 한스 짐머의 영화음악 (2)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홍보국 댓글 0건 조회 3,352회 작성일 21.12.10

본문

한스 짐머의 영화음악 (2)  



최대환 세례자 요한 신부 | 대신학교


지난 회에 이어 한스 짐머의 영화 음악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몇몇 인터뷰를 살펴보고자 합니다(맷 슈레이더, 『스코어 : 오리지날 인터뷰집』, 컴인, 2018). 그는 영화음악가의 역할이 그 자체로 뛰어난 음악을 작곡하는 것만이 아니라 관객의 감정에 깊이 다가가 길을 열고 영화의 가치를 높이는 거라고 봅니다.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건 곧 관객의 정서적 체험을 하도록 돕는다는 뜻입니다.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돕는다는 뜻입니다.” 


한스 짐머는 자신이 잘하고 익숙한 틀에 가두기보다는 새로운 장르와 서사에 즐겁게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다루는 감독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 대표적인 감독이 리들리 스콧입니다. 

“저는 저처럼 관심사가 다양한 감독과 함께 작업한 영화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글래디에이터>의 음악과 <텔마와 루이스>의 음악은 전혀 다릅니다. <매치스틱 맨>이나 <블렉 레인> <한니발>의 음악도 서로 다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먼저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을 시도했습니다. 영화음악 작곡가가 원하는 건 바로 그겁니다.”


그는 자신이 작곡한 작품 중 서로 대조적인 두 편의 영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의 서정적이고 위트있는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1990)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장엄하고 압도적인 <다크 나이트> (2008)입니다. 

“평생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그 스타일을 갈고닦는 작곡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탕 가게에서 온갖 종류의 사탕을 고르는 아이처럼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스타일과 <다크 나이트>의 스타일을 조금씩 섞습니다. 뒤죽박죽 섞는 게 아니라 말이 되게 조합합니다. (...)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와 <다크 나이트>의 음악이 다른 건 제가 이야기에 충실했기 때문이에요.” 

짐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가 정규 클래식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대부분의 음악 작업을 컴퓨터로 하면서도 왜 마지막 단계에서는 직접 관현악단의 연주를 고집하는지 설명합니다. 음악은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고, 음악을 창조하는 단계에서 연주자들의 마음이 모아질 때 그 감흥이 마법처럼 듣는 이에게도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관현악단이 한자리에 모여 연주를 시작하면 특별한 일이 생깁니다. 어느 순간부터 단원 모두가 작곡가의 음악에 완전히 몰입해 온 마음을 다해 악기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시작합니다. 감독들이 저 같은 작곡가를 계속 찾는 건 그 때문입니다. 감독이 영상이나 대사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기 때문이죠. (…) 연주는 진짜 연주자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죠. 연주자는 영화에 맨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배우나 다름없습니다.” 


짐머의 인터뷰와 그가 참여한 영상을 접하면서, 영화에 음악으로 창조의 과정을 함께하는 음악가의 작업방식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가는 우리의 삶에도 영감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21세기 들어 짐머에게 가장 중요한 예술적 동반자는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입니다. 영화 <인셉션> (2010)에 나오는 곡 “시간” Time은 최소의 음만으로 얼마나 깊은 정서적 효과를 내고 영화의 차원을 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예입니다. 


다음에는 짐머가 놀란과 함께 하는 작업 중 가장 공들인 작품인 <인터스텔라>와, 올해 자신의 음악 경력에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장을 연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을 중심으로 그의 음악세계를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