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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형제들 주님께서 “명령하신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마태 28,20)하려는 프란치스코의 「모든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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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국 댓글 0건 조회 554회 작성일 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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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화 사명 이행
- 평화 증진과 세계 공동체 건설]

‘폐쇄된 세계 위에 드리운 암운(暗雲)들’ ⑱
- 굴종과 자기 경멸

사회 현안을 보기,
복음과 전승과 이성과 경험으로 판단하기
빛과 누룩으로 행동하기

회칙 「모든 형제들」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의 증진을 가로막는 오늘날의 암운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굴종과 자기 경멸”(51-52항)을 꼽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암운들이 있습니다. 바로 ㉠ 부서진 통합의 꿈, ㉡ 모든 이를 위한 계획의 부재, ㉢ 공유의 도로지도가 없는 세계화와 진보, ㉣ 팬데믹과 다른 재난들, ㉤ 국경선이 가로막는 인간 존엄, ㉥ 소통한다는 환상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하는 ‘굴종과 자기 경멸’은 앞선 것들과는 달리, 문화적 측면에 관한 것입니다. 일반적 의미에서 ‘문화’란 한 집단의 생활 양식과 행동 양식 그리고 그 산물들을 말합니다.

회칙은, 저-발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번영한 나라들의 문화를 흉내 내어 복사하고 소비함으로써 스스로 국가적 자존(自尊)을 떨어뜨리는 ‘굴종’의 추세에 우려를 표합니다. 또한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집단이나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사고(思考)‧행동 방식과 고유의 문화를 배척하고, 모든 사회적 병폐가 자기네 문화에서 발생한 것인 양 문화적 정체성을 ‘경멸’하는 추세도 경계합니다. 회칙은 이런 ‘굴종과 자기 경멸’의 태도가 ‘천박하고 우스꽝스러운’ 열망에서 비롯된 거라고 비판합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교황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경제적으로 번영한 나라들에서 ‘닮지 말아야 할’ 문화들을 제시합니다. ⓐ 절대적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대주의’, ⓑ 전체로서의 실재가 아니라 일부의 측면만을 보려는 ‘환원주의’, ⓒ 사회‧인격적 관계보다는 개체로서의 주체를 절대시하려는 ‘개인주의’, ⓓ 합당한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자유와 결합한 ‘소비주의나 공리주의’, ⓔ 인간의 기술과 능력만을 강조하는 ‘기술 및 능력지배의 패러다임’입니다. 그들의 이면에는 정도를 벗어난, 과도한 ‘근대의 인간 중심주의’가 있습니다.

회칙 「모든 형제들」은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이 지닌 가치의 소중함을 부정적인 접근법을 통해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파괴하여 예속시키는 지배와 종속의 방식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해 설명합니다. 첫째, ‘경제적으로 번영한 나라들’의 문화에는 다른 많은 이들의 ‘낮은 자존감’을 활용하여 이 세상을 자기 기준에 맞게 획일화하려는 시도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둘째, 이런 시도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에게만 복무하는 문화를 창출합니다. 셋째, 이런 문화는 강력한 이익집단이나 금융 투기꾼과 약탈자에겐 절호의 기회가 되지만, ‘사회적 약자’에게는 언제나 실패만을 안깁니다. 마지막으로, 자국 문화를 경멸하고 세계화되고 획일화된 문화에 굴종하는 추세는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마저 바른 장기 발전 계획을 고안해 낼 수 없게 만듭니다. 결국 그 사회와 구성원들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의 길’ 대신 ‘지배와 종속의 길’로 치닫게 됩니다.

박동호 안드레아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 위 글에 나오는 인용은 필자의 번역에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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