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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형제들 주님께서 “명령하신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마태 28,20)하려는 프란치스코의 「모든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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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국 댓글 0건 조회 592회 작성일 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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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화 사명 이행
- 평화 증진과 세계 공동체 건설]

‘폐쇄된 세계 위에 드리운 암운(暗雲)들’ ⑰
- 새 매체(뉴미디어)를 통해 소통한다는 환상

사회 현안을 보기,
복음과 전승과 이성과 경험으로 판단하기
빛과 누룩으로 행동하기

지난주에는 회칙 「모든 형제들」이 지적한 형제애의 증진을 가로막는 뉴미디어의 두 가지 구체적 폐해 중 ‘파렴치한 사회적 침범’을 소개했습니다. 오늘은 또 다른 폐해인‘지혜 없는 정보’(47-50항)에 관한 내용을 살펴봅니다.

회칙은 우리가 참된 지혜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① 실제 세계와의 만남, ② 인격적 만남의 전형인 주의 깊은 경청과 환대의 능력, ③ 고요한 성찰의 시간, ④ 참을성 있게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먼저, “실재의 끝자락들조차도” 그 직접적인 만남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며, 대신 매력적인 건 ‘좋아요’로, 혐오스러운 건 ‘싫어요’로 즉각 분리됩니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이들은 ‘선택’하여 남겨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나 상황들은 ‘지우기’를 통해 삭제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디지털 세계 내 “가상의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거기에 머무름으로써 실제 살아가는 세계에서 멀어집니다.

둘째, 오늘날 사람들은 너무나 바쁘게 생활하는 탓에,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는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데도 함부로 끼어들고, 하려는 말을 마치지 않았는데도 즉각적으로 반박하기 일쑤입니다.

셋째, 우리는 침묵하거나 주의 깊게 경청하는 대신, 디지털 세계에서 쉼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생활 양식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둘이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눌 때조차 계속해서 누군가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이런 생활 양식에서 고요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좀처럼 허용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인격적인 대화나 여유 있는 대담 또는 열정적인 토론을 통해 진리를 ‘함께’ 추구하고 개인들과 전체 공동체의 ‘폭넓은’ 경험을 포용할 때, 비로소 지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반면, 인터넷 세상의 재빠른 탐색과 입증되지 않는 데이터 모음은 ‘지혜’의 길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단지 쉼 없이 흘러가는 평면적이며 누적적인 정보의 홍수나 얕은 지식의 나열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하면 우리는 문제의 핵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핵심인 지혜에 접근하기보다는 나열된 데이터 주변만을 맴돌게 됩니다. 그 결과, 진리와 지혜가 안내하는 참된 자유와 인터넷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은 쉽게 혼동돼 버리고 맙니다.

박동호 안드레아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 위 글에 나오는 인용은 필자의 번역에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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