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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형제들 주님께서 “명령하신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마태 28,20)하려는 프란치스코의 「모든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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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국 댓글 0건 조회 654회 작성일 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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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화 사명 이행
- 평화 증진과 세계 공동체 건설]

‘폐쇄된 세계 위에 드리운 암운(暗雲)들’ ⑬
- 팬데믹과 역사의 다른 재난들

사회 현안을 보기,
복음과 전승과 이성과 경험으로 판단하기
빛과 누룩으로 행동하기

회칙 「모든 형제들」은 ‘산산이 깨어진 통합의 꿈’(10-14항), ‘모든 사람을 위한 계획의 부재’(15-28항), ‘공유의 도로지도 없이 나아가는 세계화와 진보의 길’(29-31항)에 이어, COVID-19 팬데믹과 급속한 기후 변화 같은 역사의 재난들을 보편적 형제애의 발전을 방해하는 암운으로 성찰합니다(32-36항).

기술이 뛰어나 이름난 장인 곧 명장(名匠)을 생각할 때, 우리는 그가 온갖 심혈을 기울였을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수많은 시행착오(試行錯誤) 끝에 그러한 경지에 올랐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과거 그가 실패한 적이 있었다면, 다시는 그 길을 반복해서 밟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나아갔을 것입니다. 이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태도는 교훈(敎訓)이라 부르는 명확한 기억을 간직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감탄케 하는 명품들은 모두 기억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개인이든 집단(사회, 국가, 세계)이든 시행착오에 대한 또렷한 기억과 망각은 그 삶의 품위(인간 존엄과 보편 공동선)를 높이거나 떨어뜨리는 시작점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회칙은 ‘삶의 스승인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는 일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35항).

COVID-19 팬데믹 같은 재난은 인류에게 어떤 교훈을 건넸을까요? 첫째, 무엇보다도 재난을 통해 “우리는 일시적이나마 하나의 지구 공동체라는 진실, 같은 한 보트에 타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진실, 그곳에서는 한 사람의 문제가 모든 사람의 문제라는 진실”이 드러났고, 그래서 “우리는 홀로 구원받지 않으며 오로지 함께 구원받을 수 있다.”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32항; 「교회 헌장」 9항 참조). 둘째, 이 재난은 경제-사회생활의 본령(經世濟民)에 관한 교훈도 남겼는데, 소수의 몇 사람에게만 이득을 제공하는 시장의 자유보다 언제나 인간 존재들에 관한 염려를 우선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33항). 셋째, 급속한 기후 변화 같은 지구 차원의 재난은, 우리가 실재를 ‘소유하고 착취할 것’으로만 사고(思考)하고 접근하는 방식과 “자기 생활(생명)과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 대해 우리가 절대 주인”이라 여기는 권리 주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교훈입니다.

이 같은 교훈을 망각하여 지난날의 전철(前轍)을 답습하면, 삶의 품위는 더욱더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 교훈의 망각은 공동체의 붕괴와 더 많은 사람의 더 심한 괴로움과 덧없음으로 이어집니다. 둘째 교훈의 망각은 더욱 맹렬한 소비주의적 생활양식과 소수 사람만의 더 큰자유로, 결국 폭력과 상호 파괴로 치닫게 됩니다. 셋째 교훈의 망각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개념이 여느 재난보다 더욱 끔찍한 난투(亂鬪)가 되게 합니다. 이 와중에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도모하는 일은 그만큼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박동호 안드레아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 위 글에 나오는 인용은 필자의 번역에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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