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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형제들 주님께서 “명령하신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마태 28,20)하려는 프란치스코의 「모든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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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국 댓글 0건 조회 644회 작성일 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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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화 사명 이행
- 평화 증진과 세계 공동체 건설]

‘폐쇄된 세계 위에 드리운 암운(暗雲)들’ ⑫
- 공유의 도로지도 없이 나아가는 세계화와 진보의 길

사회 현안을 보기,
복음과 전승과 이성과 경험으로 판단하기
빛과 누룩으로 행동하기

제가 거주하는 지역에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이른바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을 찾아가는 걸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겨 길 안내가 잘못되거나 지도를 업데이트하지 않아 스마트 폰마다 안내가 다르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저마다 ‘내가 가는 길이 맞아!’ 하면서 옥신각신할 것입니다. 회칙 「모든 형제들」은 세계화와 진보의 길을 걷는 오늘날 사회(세계) 전체가 직면한 정세를 이런 장면에 빗대어 설명합니다(29-31항). 물론 회칙은 오늘날 정세를 가볍게 옥신각신하는 수준을 넘어 세상을 어둡게 하는 암운이라고 엄중히 인식합니다.

어느새 우리 화면에는 ‘국가들 사이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도덕적 타락’과 ‘정신적 가치 및 [상호] 책임의 약화’ 라는 이정표만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따라가니 좌절, 고립, 자포자기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불확실성, 환멸, 장래에 대한 두려움’과 ‘편협한 경제적 이해관계’라는 이정표만 남아 그것을 쫓아가니 결국 긴장의 분출과 군비 증강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어린이의 죽음을 가져오는 ‘주요 정치적 위기, 불의한 정세, 자연 자원의 공정한 분배 결여’를 따라갔더니 용납될 수 없는 세계 차원의 침묵을 만났습니다. 이러한 도로지도는 세상을 더욱 인간적인 미래로 안내하지 않습니다(29항).

오늘날 저마다 손에 들고 있는 도로지도에는 단일한 인간 가족이라는 소속 의식, 정의와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꿈 그리고 위대한 형제애의 가치들 대신, 오직 태연하고 편안하며 지구화된 무관심이란 이정표가 있을 뿐입니다. 스스로 전능하다고 생각할 뿐, 모두가 같은 배에 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정표를 따라가면 냉소주의나 고립과 자기만의 이해관계로 되돌아갈 뿐입니다. 그것은 희망을 다시 세우고 쇄신을 일으키는 미래로 우리를 안내하지 않습니다(30항).

우리가 개인적 안녕에는 지대한 관심을 쏟지만, 전체 인류 가족의 참된 번영에는 무관심하면, 개인들과 그 공동체는 서로 철저히 분리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31항). 오늘날 우리에게는 모두가 안심하고 기꺼이 따라도 될, 신뢰할 만한 도로지도가 없습니다. 이렇듯 공유의 도로지도 없이 질주하는 형국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류의 순례 여정에 필요한 나침반의 분실”이며, [사회와 창조 세계와] 조화로이 살게 하고 서로 헌신하게 하며 문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위대한 정신적 동기들의 망각”(「찬미받으소서」 200항)이라고 진단합니다.

박동호 안드레아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 위 글에 나오는 인용은 필자의 번역에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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