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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한스 짐머의 영화음악 (3): <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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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국 댓글 0건 조회 2,488회 작성일 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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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짐머의 영화음악 (3): <인터스텔라>


최대환 세례자 요한 신부 | 대신학교


21세기 들어 한스 짐머와 공동 작업을 한 영화감독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사람은 역시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입니다. 앞서 놀란의 대표작인 <다크 나이트> 연작이 비평적,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데 짐머의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후 놀란과 짐머가 함께 완성한 역작이 영화 <인터스텔라>(2014)입니다. 


이 작품은 높은 수준의 과학지식을 배경으로 한 SF 영화의 걸작입니다. 당연해 보이는 일상이 얼마나 신비한 방식으로 물리적, 시간적 차원에 의해 심오하게 규정되고 있는지, 존재의 신비에 대하여 과학이 얼마나 놀라운 인식의 성취를 이뤘는지, 그럼에도 우주는 여전히 광대하고 그 신비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다는 사실을 흥미롭고 진지하게 전해줍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우주의 신비와 과학자들에게 관심이 생기는데, 이에 도움이 되는 책이 있습니다. <인터스텔라> 제작과정에 자문을 했고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킵 손이 영화에 나오는 우주의 신비에 대해 쓴 『인터스텔라의 과학』(까치, 2015)입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사실 그 안에는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사유를 일깨우는 요소들이 많이 나옵니다. 오래 기억되는 어구는, 주인공이 인류의 절박한 위기에 대해 들었을 때 흘리듯 말하는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라는 대사입니다. 이 말은 인류의 미래가 과학에 달려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적이고 초월적인 차원에서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놀란의 작품 중 가장 정서적이고 감동적이며, 무엇보다 사랑을, 무엇보다 우리를 구원하는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적인 도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영화가 깊은 정서적 울림을 주는 데는 경탄할 만한 영상과 함께 짐머의 음악이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영화음악이 자신에게 특별한 경험이자 자랑스러운 결실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스텔라>의 음악을 연출할 때는 제 뜻을 마음껏 펼치다 보니, 연속으로 작업하지는 않았지만 소리를 만들고 시험해보는 데만 2년이 걸렸습니다. (...)  <인터스텔라>의 음악은 몇 달을 런던에 있는 제 아파트에 틀어박혀 작업했습니다. 집 밖으로 아예 나가지 않았습니다. 혼자 우주선에 갇힌 듯, 이 세상에 오직 저만 남은 듯한 기분으로 곡을 썼습니다. (...) 아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영화는 <인터스텔라>가 처음이었습니다. 작곡 방식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 매주 금요일에, 한 주간 작업한 곡을 영상과 함께 검토한 뒤 수정하거나 아예 새로운 곡을 썼습니다. 그러다 음악 작업을 마무리하기 일주일 전쯤 놀런 감독이 그러더군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거나 고치고 싶은 부분이 더 있나요?” 그때 저는 제 작곡 생애 처음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뇨, 할 수 있는 건 다 했습니다. 더 이상 살펴볼 곳은 없습니다.” 생전 처음 작업이 완전히 다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맷 슈레이더, 『스코어 오리지널 인터뷰집』, 컴인, 2018)


한 해를 시작하며 ‘새로운 길’을 발견할 용기가 필요한 시기에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리란 믿음을 <인터스텔라>의 음악을 들으며 소망합니다. 우리에게는 ‘아버지의 사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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