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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서한 착좌 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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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45회 작성일 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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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교구 교구장 착좌 미사
(2024년 5월 2일)

먼저 의정부 교구 제3대 교구장 착좌 미사에 오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많이들 바쁘실 텐데도 축하와 격려를 마음에 가득 담고 오셔서 참 고맙습니다. 제게는 여러분이 하느님의 축복을 전하는 천사처럼 느껴집니다. 미사 끝에 감사를 드리는 시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그때 좀 더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1. 하느님의 은총 덕분에 제가 방금 의정부 교구장 좌에 앉게 됐습니다. 본래 그 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저는 그분의 일꾼이며 관리인일 뿐입니다. 사도 바오로도 코린토 일서 4장에서 자신을 “그리스도의 시종”이며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이라고 소개합니다. 이어서 “관리인에게 요구되는 바는 그가 성실한 사람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하지요. 한 교구의 교구장이란 직책이 세상의 눈으로 보면, 큰 영예와 영광처럼 보이겠지만, 신앙의 눈으로는 더 큰 책임을 지는 관리인이고, 자신을 신뢰한 주인에게 더 큰 성실함으로 응답해야 하는 시종일 뿐입니다. 그리스도의 시종은 진리와 사랑 안에서 그분의 교회를 가꾸고 보호하며 성장하도록 도와야 하는 성실한 관리인이 되어야 합니다.

2. 오늘 독서는 사도들이 주님의 성실한 관리인으로서 그분의 교회를 돌보는 모습을 전해줍니다. 오늘 독서의 바로 앞부분을 보면, 일부 유다계 그리스도 신자들이 율법 준수 여부 문제로 분란을 일으킵니다. 그들은 이방인 출신 신자들도 구원받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만이 아니라 유다인들이 준수해온 모세 율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 중의 몇몇이 안티오키아 교회에 가서 그렇게 가르치면서 물의를 빚습니다. 이는, 구원을 받는 데에 결정적인 것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고, 다른 것들은 부차적이라는 그리스도교 근본 신앙을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안티오키아 교회의 지도자인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이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인 끝에 대표단을 이끌고 예루살렘 모 교회를 방문합니다.

예루살렘의 사도들과 원로들은 이 문제를 두고 서로 논의를 한 결과, 성령의 인도로 지혜로운 결정을 내립니다. 우선 이방인 출신 신자들이 모세 율법을 지킬 의무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합니다. 동시에 유다계 신자들을 배려하여 이들이 역겨워하는 사항, 곧 우상에게 바쳤던 고기를 먹는 우상숭배적 행위와 불륜을 멀리하라고 당부합니다. 이로써 유다계와 이방계 그리스도인 사이에 일어난 분쟁은 원만하게 해결됩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이 최후 만찬 석상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셨다는 것(요한 17,21)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유지를 받들어서 갈등과 분쟁의 위험에 처한 교회를 일치와 화합의 길로 인도하였습니다. 사도들은 주님의 시종으로서 진리와 사랑 안에서 그분의 성실한 관리인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입니다.

3.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 아타나시오 주교도 주님의 교회를 성실하게 돌 본 인물입니다. 그분은 4세기 초반에 아리우스 이단으로 혼란에 빠진 교회가 다시 하나가 되도록 온 힘을 다합니다. 아리우스는 예수님이 신성을 지니셨다는 것과 하느님이 한 분이시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다가 잘못된 길로 나갑니다. 예수님이 신성을 지니시기는 했지만, 100%의 신성은 아니고 90% 정도의 신성이라는 식의 주장을 내세웠던 것입니다. 만일 예수님의 신성이 온전하지 못하다면, 그분이 이룩하신 구원 역시 온전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아리우스의 위험을 간파한 아타나시오 주교는 예수님이 성부와 똑같은 신성을 지니셨다고 강하게 반박합니다. 마침내 325년 니케아 공의회는 아리우스 이단에 반대해서 그리스도는 성부와 ‘동일한 신적 본성’을 지니신다고 선언합니다. 아타나시오 성인은 이단에 맞서 제2독서의 말씀처럼 “믿음의 승리를” 거둠으로써 분열의 위험에 처한 교회가 일치를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4. 교회는 오늘도 내일도 교회를 주님 뜻대로 이끌어가는 성실한 관리인이 필요합니다. 성실한 관리인이 되려면 주님과 굳건한 일치 속에서 제자들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깨닫고 익혀야 합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한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이 부족하고 흠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바로 그 예수님께서 성령을 통해 교회 안에 현존하시면서 사랑을 베푸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은 교회 안에서 선포되는 성경 말씀을 통해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십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 집전되는 미사와 성사를 통해서 당신의 은총을 전해주십니다. 아울러 신자들이 함께 기도하고 친교를 나누면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한마디로 예수님은 교회가 당신의 몸, 그리스도의 몸이 되도록 성령을 통해 도와주고 이끌어 주십니다.

종종 우리의 죄와 잘못으로 인해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더러운 얼룩이 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헌장 8항에서 교회는 ‘언제나 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끊임없는 참회와 쇄신을 촉구합니다. 하지만 참회와 쇄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죄의 얼룩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수님은 교회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이들의 서툰 말솜씨에도 불구하고 복음이 전해지도록 안배해 주십니다. 또한, 허물과 부족함이 많은 성직자가 거행하는 성사를 통해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풍성하게 베풀어 주십니다. 아울러 교회가 새롭게 되도록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교회의 흠을 메꾸고 허물을 씻어내도록 도와주십니다. 이런 주님의 사랑과 은총 덕분에 “교회는 그 모든 부족함에도 참으로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5. 예수님은 극진한 사랑으로 당신의 교회가 당신의 몸, 그리스도의 몸이 될 수 있도록 은총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우리는 그 은총에 응답하여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 될 수 있도록 진리와 사랑 안에서 협력해야 합니다. 그 협력이란, 성직자는 성직자대로, 수도자는 수도자대로, 평신도는 평신도대로 각자에게 맡겨진 고유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입니다.

성직자의 임무는 무엇일까요?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복음을 선포하고 성사 거행에 충실하면서 착한 목자의 마음으로 신자들을 보살피는 것입니다. 수도자의 임무는? 복음 삼덕, 곧 청빈, 정결, 순명을 충실히 삶으로써 세상 안에서 하느님을 분명하게 증거하는 것입니다. 평신도의 임무는? 성실한 신앙인으로서 가정과 직장 생활을 하는 가운데 세상에서 복음을 전하면서 세상 질서에 그리스도의 정신이 배어들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는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되, 서로 대화하고 경청하면서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강조하시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시노드 교회는 각자가 자기 역할을 하면서 함께 주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가는 공동체입니다. 바꿔 말하면,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일서 12장에서 말하는 바처럼, 다양한 지체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하나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공동체입니다. 교회가 좀 더 분명하게 그리스도의 몸이 될수록, 다양성 안에 일치를 이루는 공동체가 될수록,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확실하게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의정부 교구의 사제, 수도자, 신자 여러분,
우리 모두, 교회가 진리와 사랑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으로 성장하도록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치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 교회가 세상에 그리스도를 분명하게 드러냄으로써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합시다.
좋으신 주님께서 풍성한 은총으로 우리를 보살펴 주시기를 청합시다. 아울러 성모님과 우리 교구의 주보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가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시기를 간청하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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